LXXII

들어주는 사람

(원제: 들어줄 사람)


🐀


짐좀 들어드릴까요?

아니요, 제 얘기좀 들어주실래요? 

짐을 여기 잠깐 내려놓아도 될까요?

그건 좀 그래요. 여기 가뜩이나 좁아서요. 

그러면 이 작은 가방 하나만 내려놓을게요.

나머지 짐은 들고 있을게요.

그러니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는 1인 방송을 하고 있어요. 유명한 유튜버가 되어 돈을 많이 벌 것입니다. 아직은 유명하지 않지만요. 내 얘기를 여러 사람 앞에서, 홀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구독자는 얼마전에 60명을 넘겼어요. 제 방송중에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잠방입니다. 잠방은 자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방송이에요. 겜방이나 먹방보다도 이게 인기가 많은데, 댓글들을 보면 시체처럼 꼼짝 안하고 자는 모습이 웃기다고 해요. 잠방을 하려면 불을 켜둔 채로 자야하기 때문에, 요즘엔 잘 안합니다. 그렇지만 또 문제는, 말을 해야하는 방송을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는데, 고시원이라 양 옆방에서 난리를 칩니다. 짜증나는게, 자기들은 밤새 통화하고 동영상보면서, 나한테만 그래요. 이것때문에 다투어서 고시원을 바꾼 것이 이번만 세 번째예요. 이제는 이사다니는 것도 지쳤습니다. 짐은 옮겨갈때마다 줄어드는데, 그래도 여전히 캐리어 하나와 작은 가방 두 세개의 짐이 남아있습니다. 이 가방 속 인형들은 왜 안버리고 가지고 다니냐고요? 내일 바자회에서 나눔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짐은 들어주실 필요 없어요. /  2018.11.16, 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