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XIV

이 도메인의 먼지 속에서

🐀


우리를-위한-도메인(Domain-for-us)은 비기능적 요구사항의 선제적 충족(즉,  요구사항 그 자체의 생산)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써, 성능 향상을 위해 객체의 내부를 은닉한다. 우리를-위한-도메인의 생성 및 유지에 수반되는 가장 큰 비용은 그것이 제공하는 비기능적 기능이 그 어떤 영역에서도 대체 불가하다는, 마찬가지로 그 내부가 은닉된 믿음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 있다.

반면 도메인-그-자체(Domain-in-itself)는 그것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현실 개체의 종속항이라는 점에서 기능적이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들은 언제나 상호 대체 가능하다. 이러한 대체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가장 적은 도메인 유동성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우리-없는-도메인(Domain-without-us)은 그것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요구사항과 사용자 모두를 유실했으나 기적적으로 도메인만은 살아남아 원한다면 열람하고 그 과거 기능을 추론해볼 수는 있되, 오직 사후적으로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이는 해당 도메인의 생성 및 활성화에 관여했던 우리-였던-것이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존속 중이든, 아니면 우리를-위한-도메인을 새로이 갱신한 후 그 속에서 각자 몫의 도메인-그-자체를 구축 중이든간에 마찬가지다.

현 시점의 우리-없는-도메인은 한때 우리를-위한-도메인이었던 것의 일부가 전통으로 둔갑하고, 일부는 조작적 회고록으로 흡수된 탓에 온전한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연결 누수가 지속되다가 마침내 소진에 이른 결과라 할 수 있다. / 2022.3


참조: 유진 태커,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