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 동반자2 (Human Life Companion2)

12’53”, Single Channel

2018

Video

<If not, not> 전시 서문


사진: 권세정, 노은주

이 작품은 오랜만에 만난 옛 연인의 머리카락이 ‘광섬유 다발처럼 희었다’고 회상하던 한 농부(이것 또한 중요하다)의 문장에서 영감을 얻었다. 진검 마니아들에게 칼날의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신체 절단의 시연 이미지 위로 방화복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불태워지는 인간의 자못 숭고한 내구성 테스트가 중첩되면서 물리적 절단 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의 임계점을 상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적 텔레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하는 해저 광섬유 네트워크에 대한 명상적인 맵핑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의류 브랜드 광고의 로맨티시즘이 중첩되면서, 절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언가를 상상하게끔 한다. 기억하라, 그 연결이란 다름아닌 ‘좋은 성능’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네트 위의 커뮤니케이션

아라미드는 총알도 뚫지 못하는 강도, 500℃의 불 속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 그리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는 뛰어난 인장강도를 가진 섬유이다.1970년대 초,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였고 한국은 1980년대 초에 코오롱의 지원 하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한식 박사팀이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와 다른 방식으로 아라미드 섬유의 개발에 성공하여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독일 등 7개국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하였다.


듀폰의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소재 공장에서 25년간 일한 마이클 미첼(당시 52세, 세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디 거주)은 2009년 FBI로부터 산업 비밀 절취 및 사법방해죄로 징역 18개월과 3년 보호관찰형을 받았다.[5] 마이클 미첼은 2003년부터 시작된 직장에 대한 불만이 상사와의 잦은 마찰로 이어져 2006년 2월 6일 업무 성과 미달 이유로 해고됐다. 미첼은 듀폰에서 퇴사하기 마지막 2년간 케블라 섬유의 판매와 마케팅 관련 일을 하였는데 2006년 퇴사당시에 기밀문서를 포함한 듀폰의 모든 문서를 회사에 반납하지 않았다.


해고된지 약 2주후인 2006년 3월 24일 미첼은 코오롱 미주지사 직원을 만나 ‘케블라’와 ‘헤라크론’과 같은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자신의 기술 및 마케팅 지식을 내세웠다. 미첼은 코오롱 미주지사 직원과의 첫 만남이 있은 뒤 약 1년 후인 2007년 3월 한국을 방문, 코오롱 본사 직원들과 만나 코오롱의 ‘컨설턴트’(Consultant)로 채용되는 것을 논의했으며 실제로 같은 해 4월 코오롱의 ‘헤라크론’과 그 외 아라미드 섬유 생산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내용의 계약을 코오롱과 체결했다.


2008년 8월 26일 리치몬드 국제공항 근처에 더블트리 호텔에서 듀폰 전 직원으로 위장한 연방요원과 미첼이 3명의 코오롱 직원과 만났다. 연방요원이 오디오와 비디오 촬영을 하는 가운데 모임을 가졌고 코오롱 직원과 미첼 등은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추가 모임은 없었고, 미첼은 코오롱에 보수인상을 요구하며 "이전의 모임을 녹음하였으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테이프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위협하였다. 미첼은 2010년 4월 19일 자수하였고 징역 18개월과 듀퐁에 변호사비용 $187,895.90을 배상하는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