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ulsive Credit Architecture
2025.9 | Drawing
Presented at 비선형 동역학
CTA(Compulsive Trusting Architecture)
CTA는 강박적 신용이라는 이름의 믿음 체계를 위한 제안입니다.
미셸 페어는 『피투자자의 시간』(리시올, 2023)에서 오직 선거 기간 동안에만 유권자를 심판할 권한이 주어지고, 선출 이후에는 그를 감시할 권한이 없는 시민, 국가의 투자 매력도 하락을 두려워하여 지속적으로 투자자의 기분을 신경쓰는 집권세력, 선출 이후에도 집권 세력에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부자의 구도가 오늘날의 풍경임을 짚습니다.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과 능력 자체의 불균등한 배분 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성입니다.
정보 전달의 관점에서, 유권자의 통제력이 지닌 단속성과 대부자의 압력행사에 특유한 지속성은, 선출된 정치인이라는 관찰된 신호를 검출하는 각기 다른 샘플 레이트처럼 기능합니다. 양극화된 투기 자본주의적 주체들에게 할당된 각기 다른 샘플 레이트는 이들에게 허용된 관측의 빈도 또는 관찰의 해상도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간극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인 에스크라체(Escrache), 이른바 ‘지속적인 괴롭힘의 기술’은 피투자자의 신용도를 높이는 것보다, 투자자의 신용도를 깎아내림으로서 이들이 세계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에 잡음과 지연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저자가 대항 투기(counter speculation)의 형태로 분류하는 이러한 신용 재할당 전략의 이점은 초고해상도로 샘플링되고 있는 투기 논리의 어떤 신호에 민감하게 굴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CTA는 신용 할당 시점의 시간적 불균등 속에서 일어나는 인식적 기각의 구조를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간주합니다. 강박적 신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식적 기각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강박 작동기 Compulsion Trigger, CT
강박적 신용을 발동시키는 기제입니다. 어떤 주체가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들어가는 순간을 맞이하는 신호입니다. 정상적인 신용 할당의 조건(e.g. 명백한 증거의 유무, 이야기의 일관성, 등.)을 넘어서는 기제입니다. 인과적 관점에서 CT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분리될 것이라고 여기는 범주를 하나로 뒤섞으며 정상적인 상속 관계의 선후 관계를 뒤섞는 교란 변수(confounder)입니다.
증거 무감성 Evidential Insensitivity, EI
강박적 신용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하는, 정황적 증거에 대한 둔감함입니다. EI는 믿음을 해체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어도 그것이 이미 확립된 신용 체계를 흔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신호를 검출하는 체계는 한 번 자리잡으면 그것이 설령 부조리하거나 비효율적이어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상황이 바뀌면(즉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기존의 믿음 체계를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투기 매력도가 구성된 이후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미 구축된 매력의 기준에 헌신하는 수 많은 이해관계의 회집체로 인해 해당 기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여러 정황적 반증이 필터링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EI는 단순한 둔감함을 점어 정보 처리의 구조적 편향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CT가 점화장치라면, EI는 유지장치입니다. CTA의 목적 중 하나는 교란 변수의 적극적인 설계를 통해 한 번 작동하기 시작한 강박적 신용을 지속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로써 CTA는 어떤 신호를 감지하고 어떤 신호를 방해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시간정치의 기술에 관한 제언입니다.